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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2일 아침에 나는 아침에 눈을 떴다. 아마 꽤 쌀쌀할 때였을텐데, 햇볕이 따스하고 하늘이 청명했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무언가 반짝반짝해보였다. 참으로 이상했다. 나는 어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는데. 해가 뜨더라. 사람들은 걷고, 일하러 갔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 세상의 일부가 영원히 사라졌는데, 이 세상은 그대로였다. 그게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 장례식 내내 나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할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땅에 들어가서 내가 이 땅 한 삽을 퍼올려 올린 뒤에야, 웬지 모르게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 그 뒤로도 한동안 멀쩡했는데, 어느날 자고 있..
니글은 그냥 그런 화가였다. 그는 무언가 멋진 작품을 완성하기에는 너무 주변에 관심이 많은 친절한 화가였다. 그는 평생의 역작인 숲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죽기 전에는 그 그림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완벽한 나뭇잎 하나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고작 한 개의 나뭇잎을 완성하고 그는 죽었다. 죽어서 천국에 간 그는, 그곳에 온전히 완성되어 있는 그의 그림을 보았다. 잎사귀 하나만이 아닌, 그가 평생을 꿈꿔온 완벽한 완성작을 말이다.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쓰기 전에 큰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그러다 어느 날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이 저 짧은 단편, Leaf by Niggle. 우리가 평생에 걸쳐 하고 있는 일, 저 멀리 위에서 보면 점으로나 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