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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라는 건 이상한 행위다.분명 무언가 내 생각을 정리하는 행동인데,이건 철저하게 남에게 보여질 것을 계산하고서 쓰여진다.머릿속에서 고속도로처럼 질주하고 있는 생각들이글을 통해서 지면에 옮겨질 때면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하는 느낌. 정신없이 튀어다니는 생각들을 읽으면서 이해가 될 만큼의 활자로 변환시키려면참 많은 뭉텅이가 떨어져나가고서야알곡인지, 쭉정이인지 모를 무엇인가가 내 앞에 남는다.그나마도 알알이 굵고 까실까실해서,한참을 탈곡질을 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비로소 주억주억 씹을만한 한줌의 곡물이 남는다.영양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녹록치 않다. 나는 글을 줄이는 재주는 있다.사람들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챌 수 없도록문단을 문장으로, 문장을 단어로, 또 단어를 그냥 빈 칸으로 줄이..
내 생각의 시작점은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누군가의 시작점은 항상 그 사람이 이루어낸 무언가이다.누군가의 시작점은 없다.그러나 우리 모두의 끝점은 '나'였다. 결국에 그 많은 말들과 생각들도내가 무얼 느끼는지, 내가 무얼 생각하는지를 퍼트리고 싶어하고 누군가 알아주길 바래한다. 내 마음속의 타인을 향한 애정이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한 눈물이점점 옅어지다 없어질까 두려운 요즘이다.
운동을 하고 땀에 절어서 집에 들어왔다. 나가기 전에 엄마가 (창고처럼 쓰는 내 방에서) 아빠 준다고 겨울 이불을 꺼내가던 생각이 났다. 안방에 들어가니 아빠가 구석진 쪽방에서 그 겨울이불을 덮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빠 괜찮아? 많이 아파?" 번데기처럼 돌돌 만 이불안에서 손이 쑥 나왔다. 그 손을 마주잡은 나는 뜨거운 아빠의 얼굴의 온도에 깜짝 놀랬다. "열 많이 나는데..? 약은 먹었어?" 아빠는 타이레놀을 몇 개 먹었니 하는 것을 시시콜콜이 다 말해줬다. 그러고는 내 손을 끌어당겨 자기 볼에 대고 목을 바짝 붙였다. "야아 아빠 아프다고 우림이가 병문안까지 와주고 말야. 아빠한테 큰 힘이 된다야." 아빠한테 웃으면서 오늘 스터디가 얼마나 잘 진행되었는지를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아빠는 눈을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