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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나쁜 버릇 중 하나는 제가 모르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특히 저는 경제나 사회나 역사에 대해 빠삭한 사람들이 두려웠습니다.그 사람들의 입에서 세일즈니, 경제성장이니, 전술이니 하는 단어들이 나올때면,저는 치타 앞에 선 오소리같은 모습으로 굳어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그래도 저의 몇 없는 매력이라도 굳이 꼽자면 시덥잖은 말이라도 끊임없이 주절대고 나불대는 것인데,'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제 입은 딱 붙어 도통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평범해보였던 사람들이라도 CEO니, 테크니션이니, 학자니 하는 것을 알게 되면 달라 보이게 마련입니다.그런데 저는 그것이 남들보다 훨씬 심했던 것이지요.토끼같이 보였던 사람들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마치 매의 눈깔을 하고 저를 내려..
우여곡절 끝에 논문을 쓰고 내고기묘하게 취직을 하고 어설프게 졸업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한 달 사이에 이뤄졌다. 멈추어서서 옆을 둘러보기 전에,감사할 새도 슬퍼할 새도 없이모든 순간들이 달려나갔다. 그래서 요즘 기쁘지 않나보다.닥쳐온 것들을 그저 겨우겨우 막아내는 정도라서.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지만,그러기에 너무 지쳐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쉴 수 있는지 그 방법조차 몰라서 회복이 되긴 하는건지.언젠가는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그 기쁨을 다시 누릴 수는 있는건지.누군가를 만나면서 진심으로 전율하고 기뻐하고 소통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을런지그런 것들이 자신이 없어지는 밤이다. 방은 내 마음속만큼이나 어지럽고 무언가 크게 기쁜 일이라고는 없는데신경을 건드리는 일은 잔뜩이다...
돋보기를 가져오지 않으셔서 눈을 잔뜩 찌푸리시면서 그 많은 설문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의 표정은 밝았다.죄송해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말씀해주시고 전화를 끊지 않으시는 환자분들을 뵈면 힘이 난다. 유독 더웠던 날이었던지라, 설문이 끝나고 으레 던지는 "오늘 날씨도 너무 더운데 너무 고생하셨어요"라는 멘트를 던졌다.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시던 어머니는 나를 보고 환히 웃어주셨다. "회복의 비결은 어떤 것인 것 같으세요?"라고 묻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너무 예민하게 신경쓰지 않는 거"라고 조금 쑥쓰러운 듯 말하시는 어머님의 말에는, 병마와 싸워 이겨낸 자부심과 힘이 섞여 있는 듯이 느껴졌다."정말 그런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어머님. 표정도 너무 밝으시고 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