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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본문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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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 모두 폐허다."
누군가는 사람을 가르켜, "영광스러운 폐허" 라고 했다. 아름답게 지어져있던 성이 죄에 허물어져 이제는 그 영광스러운 모습의 잔재만 남아있는, 폐허.
절대 다시는 온전해질 수 없으나, 그렇다고 아름다움이 남아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장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머리를 써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마음이란 것이 애초에 폐허라 온전한 사랑이란 것을 할 수 없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는데
가고있는 길이 사막인지
걷고 또 걸어봐도 사방에 보이는 것은 모래바람 뿐이다.
들이마쉰 숨이 걸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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