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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애기가 남긴 남자 향기. 본문
"와 누나 드라이기 바꿨네 짱좋다"
"그치 예전꺼 그지같았어"
"맞아 예전꺼 진짜 별로였어"
"야 니는 드라이기 빌려쓰기만 하는 놈잇"
"아니 그래도 안좋은 건 안좋은거지 헤헤"
우리집 애기가 드라이기를 빌려쓰고 나간 자리에
머리가 지잉 할 정도의 향수 냄새가 남았다.
집에서는 드라이기도 없어서 맨날 내 것을 쓸 정도인 우리집 애기가,
누군가에게 필사적으로 남자로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어느새 자라 향수를 뿌리고 여자친구를 데리러 간다.
그것은 굉장히 미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여자로 보여진다는 것이
내 부모에게는 얼마나 어색하게 느껴졌을까
핏덩이인 나를 기억하는 그들에게 그것은 얼마나 큰 간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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