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 - 토머스 조이너 본문
서문
"어느 누구도 호텔 욕실에서, 차의 뒷자석에서, 공원 벤치에서, 자신이 없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란 생각을 품은 채 홀로 죽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을 자살에 이루게 하는 요소 두 가지로, "이 세상에 자신이 필요없다는 혹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생각"과 "소속감의 부재, 누구에게도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이러한 행위에 도달하기 위해서 사람은 '습관화' 과정을 통해 죽음과 상처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이 습관화되었을 때 사람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에 반하는 극단적 선택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p.39
국립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2007년 연구에 따르면 수많은 사상자를 낸 규모가 큰 (테러) 작전의 경우, 작전을 실행하는 사람은 다른 자살 폭파범에 비해 평균 다섯 살 정도가 많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말이 충격적인 이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일단 석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이 어떠한 이념에 휘둘려서 자살 폭탄 테러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여태까지 나도 모르게 자살 폭탄 테러범은 누군가에게 세뇌당해서, ‘멍청하게도’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사람들에게도 평생의 인생과 생각과 고민과 치열한 삶이 있었을텐데,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의 개인으로 본 것이 아니라 커다란 한 덩어리의 ‘나와는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교육수준이 낮거나 지금의 삶이 너무나 비참하거나 하는 식으로 그들을 치부해버렸다. 아니었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삶을 유지해나가려고 하는’ 그 본성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현대에서 가장 숭상받는 가치 중 하나인 용기가, 과연 늘 좋기만 한 것인가? 오히려 두려움이 허튼 짓을 하는 것을 막아준다면, 용기없음도 하나의 미덕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