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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습득

노아. 2016. 10. 3. 12:25


요즘에 iKon의 취향저격을 많이 듣는다.
중독적인 인트로 비트가 좋은데,
" 밤 밤 밤 -, 너는 내 취-향저격"
하는 부분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취향.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고, 요즘의 세대는 그 취향을 표현하기에 참 편리하게 되어있다.

페이스북의 페이지 라이크나,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사람들은, 예전에라면 긴 대화를 통해 알아나갔을 취향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주고 받는다.

취향은 무의식적인 '호불호의 도서관' 같은 것인데,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에는 보통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분명 장기기억 속에 들어가있는 그 호불호의 유래에 대한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을 뿐이지, 그에 대한 기원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취향이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가지는 것도 어떤 연구에 따르면 예전에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남아있다면 호감으로 다가온다는 연구도 있다. (괜히 딸들이 아버지 닮은 남자에게 끌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취향은 철저하게 교육되어 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친하게 지냈던 미술학도 선배가 있었는데, 나는 그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처음 미술관이며 박물관을 보는 법을 배웠었다.
그 때 선배가 감탄하며 바라보았던 그림들 중에는 잭슨 폴록, 리히텐슈타인, 마크 로드코 등이 있었다.
딱히 선배를 닮고 싶다거나 그 취향을 그대로 베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내게 그 작가들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감탄한 눈으로 그 그림들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통해 순수한 경외심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선배의 시선을 따라 그가 사랑하는 그림들을 봤다. 나의 눈에는 이미 '누군가가 사랑하는'이라는 필터가 덧대여진 채로 그 그림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 마크 로드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다른 이를 감탄시킨다.
"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은 이 대상에게 그렇게 열광하는거지?"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시선은 대상을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을 대상 위에 머무르게 한다.

어쩌면 별 거 아닐 수 있는 그러한 시선의 차이는 결국,
나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 나의 취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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