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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a - Creep (원곡 by Radiohead) 본문
Scala - Creep
라디오헤드의 Creep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져있는 락음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일단 내가 안다는 건 인지도가 엄청나다는 거니까)
너무 Creep의 이미지가 강해져 버린 라디오헤드가 공연에서는 한동안 라이브로 연주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하니, 그 마니아층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곡은 가장 낮은 마음에 있는 상태의 사람이 때로는 자조적으로 읖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울부짖는 것 같은 가사와 차분하게 마음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어둡고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헤드가 부르는 크립은 마음을 다 긁어내서 나오는, 그야말로 screeching 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곡이다.
기본적으로 열등감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그녀는 너무나 특별하다. Yeah, so fucking special.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특별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흉물스러운 존재일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미친놈일뿐. 영혼도 육체도 완벽한 사람이고 싶은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나는 괴물일 뿐이다.
"I wish I was special - But I'm a creep" 이라고 속삭이는 부분에선 이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를 정도로, 노래는 감정을 가슴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나는 특별하길 바랬는데.. 그렇지만 나는 벌레같은 존재" 라고 말하는, 오랜동안 고통받아왔으나 이제는 그것을 사실로 인정해버린 그 체념한 목소리로 말이다.
이런 가사적 음색적 가수적 특색으로 인해서, Creep은 아름답지만 듣고나면 목 안에 깔깔하게 가루들이 들러붙은 모냥으로 마음이 편치않은 노래인데, 이번에 찾은 이 Scala 버젼은 그래서 나에게는 보배롭다.
원래 나는 콰이어가 부르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리베라 합창단이 부르는 상투스도 좋아했었고,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노래들도 좋아한다. 여럿의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의, 그 어느 악기보다도 압도적이고 성스럽기까지 한 그 느낌을 좋아한다.
Scala의 Creep 역시 그런 합창단의 특색을 잘 살린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천사들이 부르는 크립 같은 느낌이다. (다만 천사들이 You're so fucking special 이라고 합창할때는 조금 움찔했다.)
원곡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나 훨씬 차분하고 '긁는 듯한 감성'이 빠지고 숭고하고 웅장한 느낌을 더한 이 크립은, 크립을 원래 좋아했던 사람에게라면 특히나 더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 같다.
(다만 마지막의 박수소리는 매우 거슬린다.)
"I don't belong her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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