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문
1.
꿈을 꿨다.
자신의 블로그에 종종 온갖 힘듬을 풀어놓은 친구의 글을 보고 누군가,
야 - 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 뭐 저리 감정적이냐? 하고 말해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도 그런 사람이라서 ㅎㅎ
내 무의식은 퍽이나 이렇게 여기에 쏟아내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이 쓰였나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뭐 나에게 그리 관심이 있겠느냐만은.
2.
폭탄이 터졌다.
미사일이 날아와서 내가 지난 오 년간 살았던 집을 산산이 조각냈다.
밖에서 날아온 줄 알았는데, 마루 밑에 있었다.
우리 안에 문제가 있어왔다는 걸 나는 계속 몰랐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나와 똑같은 욕구가 있다는 걸 지속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욕구를 드러낼 때면 한 편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 편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만 쓰레기는 아니라는 점이 내게 안도감을 주니까.
나는 내가 허용한 감정만 느끼고 내가 허락한 생각만 하려고 하면서,
더러운 감정을 가진 내가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나의 성향이 다른 사람의 당연한 욕구를 못보게,
아니 - 다른 사람을 아예 사람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너도 사랑받고 싶은 여자였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나는 왜 너는 친구로만 지내길 원한다고 생각했을까.
그 점이 가장 병신같게 느껴지는 데, 그건 내게 애초에 결핍된 부분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
내게 아니라고 백번은 말한 네 말을 믿지 않았어야 했다는 게 가장 당혹스럽다.
아니아니.
그건 다 집어치우고.
그건 다 됐다. 어차피 다 지난 일 몇 번이고 후회해봤자. 뭐가 그리 달라지겠나.
어제는 정말 펑펑 울었다. 부끄러운데, 전화기를 붙들어야만 울 수가 있었다.
끅끅 대면서 울었다.
정말 이제는 이 관계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되어서.
아니,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린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되어서.
지난 오 년간 받은 것이 많다.
그렇기에 잘 붙들고 있고 싶었다.
놓치지 않고 싶었다.
나에게는 집이었다. 너희들은.
그 때 너희는 굶주린 나를 떠먹였고, 살게 해주었다.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그렇기에 이 사단이 나도 나는 놓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이제 나는 그 때만큼 굶주려있지 않고, 그 때만큼 가난하지는 않다.
그러니 손을 풀을 힘이 있다.
한 세월이 닫힌다.
이제 우리는 각자 또다른 세월에서 가끔 서로를 추억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되겠지.
예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 중에 유독 제목이 기억에 남는 소설이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고 또 그들을 떠나보낸다.
언젠가는 기억에서조차 사라진다고 해도,
그 관계들은 내 살점에, 내 뼈에 나의 일부로써 남아있다.
미련이 많은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지만,
누가 쉬이 미워지지는 않는다.
미운것과 별개로 마음은 만신창이지만.
이제 닫아야 할 때가 왔다.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