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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

노아. 2015. 7. 30. 01:00

팔을 앞으로 휘젓는다.

맘은 벌써 저 앞을 물방개처럼 헤엄치고 있는데, 몸은 가라앉고 있다. 꼬르륵.

수영을 처음 배울 때 그랬다.

몇 번이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팔을 휘둘러봐도, 조금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다가 금새 가라앉아 버렸다.

내가 남들보다 유독 무거운건가? 내 통뼈는 부력에 의해서는 받쳐질 수 없는 재질인건가?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도 제일 속상했던 건 그거였다.


바보같아 보이는 것.


나는 요즈음 수영을 다시 배우고 있는 기분이다.

관계 안에서 표현들을 휘젓고 있다.

이 순간에 가장 아쉬운 것,

이 순간에 사실 내 가장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내가 제일 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남들처럼 내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맘 속에 있던 세련되고 논리적인 이야기들은 입을 통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마치 모래알처럼 까끌까끌해져 버린다.

내가 이토록 말을 못했던가? 싶을 정도다.

거칠고 뭉툭한 말이 나오는 게 싫고, 그보다 더 얄미운 나의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아 열지 않던 입이었다.

그런 말을 내어놓으니 오래 쌓아놨던 만큼 바다에서 건져올린 도자기 표면의 패각류마냥 더덕더덕 뭐가 많이도 붙어있다.

보기가 참 밉다. 

하지만 그 지저분한 겉표면 밑에 반질한 도자기를 보아주는 사람이 곁에들 있어준다.

그것이 못내 감사하고, 감사하다.

내가 꺼내놓지 않았다면 이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감사한 사람들인지 나는 알지 못했을 테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팔을 휘저어야겠다.

나올 때마다 거친 표면에 마음도 쓸리지만.

그래도 이게 낫다.

이게 백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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