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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춘인 적이 있었던가. 본문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30대 남성의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학창시절 별명 모범생, 회사 들어와서의 별명은 FM.
그야말로 시키는 대로, 소위 말하는 '바른 길'대로 열심히 살아온 그는 그의 삶을 후회한다고 했다.
남들 다 사춘기를 겪을 때, 그 때 방황하고 생각했으면 주변에서도 그러려니 - 했겠지만
지금와서 혼자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자니 주변에서 나이 다 먹고 이제와서 왜 저러나 한다고.
청춘, 그 좋은 시간을 다 지나보내고, 이제서야 이런 고민을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빛나는 청춘의 시절이 저기에 있었다고. 그 시절이 참 행복했었노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가 청춘이라 느꼈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니,
내가 청춘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뒤를 돌아봐도 내가 젊음을 맘껏 '누렸다' 싶은 시간이 없다.
청춘이라는 게,
누가 뭐라하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면,
나에게는 정말 청춘이란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에는 이마안큼 커다란 소리와 시끄러움과 터져나오는 말들이 있었는데,
막상 입 위에는 항상 돌덩이 같은 게 얹어져있어,
풀피리처럼 삐익 삐익 소리는 내지만 시원하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요는 이거다.
사실 청춘이라는 거,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는 이것저것 어깨에 얹어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마땅히 느껴야 할 것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청춘이 옅어진다 느끼는 것 뿐.
애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사람에게는, 지나쳐온 청춘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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