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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본문
생각은 떠오르는 대로 바로바로 말로 흘러보내면 가벼이 공기 중에 흩어진다.
다문 입 아래서 농축되고 숙성된 생각은 손끝으로 흘러간다. 손가락에서 나온 말은 제법 무게가 나가게 된다.
손에서 나오지 못한 말은 한참을 아랫배 언저리에 머문다.
점점 무거워진 말들은 때때로 위장을 짓누른다.
더 무거워진 말들은 더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간다.
말들이 숙성된 기간만큼 독특한 풍미와 향기를 띄게 되는데, 이는 애초에 쌓인 말들의 품종과 흐르지 못한 눈물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 단단해지기 시작한 말들은 발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은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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