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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문
내가 나이가 아주 많아지면.
그래,
그래서 온 몸이 둔해지고
행동이 달팽이마냥 굼떠지면.
그러면 감정도 느리게 느껴질까.
내가 고개를 돌리는데 더 드는 시간만큼,
내가 한 걸음을 옮기는데 더 드는 시간만큼,
내가 허리를 곧추세우는데 더 드는 시간만큼,
나는 더 낮고 더 느린 것들을 볼 수 있게 될까.
그래서 지금 내 머릿 속을 뛰어다니는,
어쩔 수 없이 한없이 반추되어지는 생각들이
서로 엉글어지고 굳어져서,
서서히 한덩이로 침잠하게 될까.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가 더 이상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저 하루를 온전히 더 살아내는데만 집중하면 되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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