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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본문
목 언저리까지 타이트하게 매어둔 넥타이가 조여온다.
칼같이 다림질한 셔츠의 칼라가 희미하게 떨린다.
꿀꺽.
나 자신의 침 넘어가는 소리와, 벽에 걸린 초침소리, 그리고 그보다 훨씬 빠르게 뛰는 내 심장소리가 남에게 들릴까 겁이 난다.
무릎 위에 양 손에는 어느새 땀이 쥐어진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수없이 생각해왔지만 역시 답은 알 수가 없다. 눈을 깜빡이는 것에 신경을 쓰니 대체 어느 때에 눈을 감아야 할지, 떠야할지, 얼마나 자주 깜빡여도 될 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눈을 자주 깜빡이나?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의식하는 그 순간, 부자연스러워져 버린다.
뻣뻣하게 굳은 명치께에서는 온갖 근육들의 긴장으로 인해 구겨져있는 위장이 비명을 지른다.
"37번 들어오세요"
호명하는 소리에 일어선다. 다리가 떨리는 것이 행여 티가날까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면접을 앞둔 사람들은 저런 심정이다.
무슨 질문이 주어질지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그러나 그 모든 것들 위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그런 잘 모르겠는 상황에서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그 중 대표적인 접근 하나는 바로 저, '면접자식' 인생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 방식은, 그러나 과도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다.
보이는 누구를 만나던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흐트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평가기준에 의해 끊임없이 평가될거라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모니터링하는 삶.
어떤 경험을 하던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어떤 궁극적인 목적에 끼워맞추려고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삶 말이다.
면접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
인생을 면접자처럼 사는 사람 또한 목표가 있다. 성공하는 것, 책 잡히지 않는 것.
면접자에게 개인이란 최소한이다. 개인의 부분을 내려놓고 무조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맞춰나간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 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쟁력이야 있다. 보기에도 멀끔해보인다. 항상 긴장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인생 전체를 그런 태도로 살기엔 세상은 내게 바라는 게 너무 많고, 너무 다변적이다.
나 라는 개인도, 개성도 사라진 채, 그저 긴장의 연속 속에서 내가 '보이지 않는 기준들'에 부합하나 부합하지 못하나 만을 체크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금방 지쳐간다.
끊임없는 긴장과 다른 이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과 경쟁 속에서.
보는 이마다 나를 평가하고 있을 거란 굳은 믿음이 자연스런 인간관계를 억제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자연스럽게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된다.
내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
1차 면접을 마치면 기뻐할 새도 잠시, 바로 2차를 준비해야하는 것처럼, 면접자식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기뻐하는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높은 목표를 자랑스레 이루어냈지만, 다음 면접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이 기뻐할 때는 아니다. 언젠가 이 모든 면접을 끝내고 나면, 그 때에는 정말 쉴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 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그저 쉼없이 달린다.
휴식은 없다. 아니, 정확히는 휴식조차 면접의 일환이다. 남들 보기에 멋지게 쉬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도 뒤쳐지고 싶지 않다.
사실 진정한 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도 배운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생은 항상 시험이다.
항상 무겁고 항상 긴장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버둥대지 않은 사람은 나태해보이고, 자신은 그런 나태한 사람이 되지 않고자 더 달려야만 한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것은 더 노력하지 않은, 더 좋은 스펙을 가지지 못한, 더 경쟁력을 갖추는데 실패한, 나의 탓이라고.
인생을 면접처럼 살면서 본 무대를 기다리지만, 그것은 평생 오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 사는 이 삶을 '본 무대'라고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은. 지금 사는 이 순간, 당신의 모습 그 있는 그대로 - 그래 그 좀 나온 아랫배와 희끄무리하게 나오기 시작한 새치들 그리고 넓적한 코를 모두 포함해서 - 완성품이다. 그 모습 그 자체로 인간으로써 아름답다. 각자의 배역은 다를 수 있다. 대사도 길고 짧을 수 있고, 누구는 등장하자마자 사라져야 하는 엑스트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이 무대의 일원이다. 당신 없이 이 무대는 절대 같을 수 없다.
늘 긴장하고 면접처럼 사는 당신이 진정한 휴식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진정한 휴식은 당신이 당신 자신을 면접자가 아닌 어엿한 배우로 생각할 때에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당신은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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