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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30대 남성의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가 나오고 있었다.학창시절 별명 모범생, 회사 들어와서의 별명은 FM. 그야말로 시키는 대로, 소위 말하는 '바른 길'대로 열심히 살아온 그는 그의 삶을 후회한다고 했다.남들 다 사춘기를 겪을 때, 그 때 방황하고 생각했으면 주변에서도 그러려니 - 했겠지만지금와서 혼자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자니 주변에서 나이 다 먹고 이제와서 왜 저러나 한다고.청춘, 그 좋은 시간을 다 지나보내고, 이제서야 이런 고민을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빛나는 청춘의 시절이 저기에 있었다고. 그 시절이 참 행복했었노라고.자신에게 물어본다.내가 청춘이라 느꼈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니,내가 청춘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뒤를 돌아봐도 내가 젊음을 맘껏 '누렸다' 싶은 시..
감정 표현에 있어서 어려운 것은 아마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정도가 다르다는 것일 것이다.1~10 척도에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100~100 척도에서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나는 요즘 내가 참 감정표현을 안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사실 감정표현을 안했다기보다도, 그 스케일이 매우 작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기분이 나쁘면 나는 그냥 무표정해진다. 딱히 얼굴을 찌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정말로 놀라면 나는 빳빳하게 굳는다. 딱히 소리를 지르거나 "어머나 깜짝이야" 하고 옆사람에게 뛰어들지 않는다.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혼자 많은 것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표현'은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있는 것이므..
스무살 때 내 인생 처음으로 뮤지컬을 봤다.제법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갔던 건 좋았는데,이런 젠장.들리는 말이 Roxy! 이거 하나 밖에 없었다.열심히 언니들 다리만 쳐다보다 왔다.그게 내 첫 번째 뮤지컬의 기억이다. 그 때 같이 봤던 친구는 벌써 애아빠가 되어있을지도 모를만큼 시간이 흘렀다.그런 애매한 추억을 담뱃잎처럼 우물거리며 공연장에 앉았을 땐 또 가슴이 콩닥콩닥.내한 공연이라서 기대감은 최고치였는데,실망시키지 않은 공연이었다.일단 노래를 잘해.그리고 자막이 있었다 (엉엉)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은,내가 처음에 정말 내용을 한 개도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것과,살인자 언니들이 너무 매혹적이라는 것이다.뮤지컬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가장 연약해보이는 여자들은 다 살인의 전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