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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의 좁은 공간 사랑은 각별했다.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으레 좁고 어두운 곳을 찾았다. 지금의 장군의 기상을 가진 어깨가 다 발달하기 전에는 옷장이나, 방의 구석, 요로 만들어놓은 나만의 요새로 기어들어가서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좁은 공간은 나를 감싸고 나를 보호했다. 조용한 소리는 예민해진 날 진정시키고 어두움은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주었다. 보근보근하게 발에 채이는 촉감. 눈물로 얼룩진 얼굴도 받아주는 베개. 그리고 무언가 비어져나간것만 같은 가슴을 채워주는 그 푹신한 이불들. 좁은 어둠은 나를 받아주었고, 가장 추레했을 내 얼굴을 가리워주었다. 지금도 나는 나만의 공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보다는 '누구도 내 허락을 받..
쌓이는, 많은, 아픈, 썩어가는, 즐거웠던, 한 때 소중했던, 추억을 공유한, 웃었던, 울었던, 그리고 지나쳐온 연애의 시체 더미를 밟고 그 기억을 넘어 나는 앞으로. 앞으로.
1. 예전에 이 블로그의 어느 글엔가,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해 쓴 적이 있다.잘 기억이 안나는 데 아마 대충 퍼지게 낮잠자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The utmost happiness의 이미지를 상상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녀석, 맥주다. 2. 맥주를 처음 언제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 마시고도 매우 '맛있었다' 라고 느꼈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참고로 소주의 첫인상은 '너무 달아서 싫어' 였었다. 그 말을 들은 아빠의 표정이 굉장히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3.대학교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중고 서점에서 맥주에 관한 책을 1불인지 2불쯤 주고 사왔다.제법 커다란 책이었는데, 제목이 대충 '누구누구의 World Beer' 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