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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에
어떨 때 웹툰을 보고 댓글을 보고 있자면, 문제를 풀기도 전에 답변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곳에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모범 답안이 적혀있다. 나는 나만의 감정과 생각으로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그것들을 구체화시키기 전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답지를 통해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배운다. 우리는 모두 답지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우리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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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4. 10:03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이곳에서 나는 남아돈다 나의 시간 속에 더 이상 내가 살지 않기에 오후 네 시의 빛이 무너진 집터에 한 살림 차리고 있듯 빛이 남아돌고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이 남아돌고 여기저기 돋아나는 풀이 남아돈다 벽 대신 벽이 있던 자리에 천장 대신 천장이 있던 자리에 바닥 대신 바닥이 있던 자리에 지붕 대신 지붕이 있던 자리에 알 수 없는 감정의 살림살이가 늘어간다 잉여의 시간 속으로 예고 없이 흘러드는 기억의 강물 또한 남아돈다 기억으로도 한 채의 집을 이룰 수 있음을 가뭇없이 물 위에 떠다니는 물새 둥지가 말해준다 너무도 많은 내가 강물 위로 떠오르고 두고 온 집이 떠오르고 너의 시간 속에 있던 내가 떠오르는데 이 남아도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 더 이상 너의 시간 속에 살지 않게 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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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9. 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