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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사슴 본문
사슴은 자기 몸에 상처가 난 줄을 몰랐다.
토끼는 어디에 상처가 난 줄을 몰랐다.
사슴은 무언가 느릿느릿해지는 발걸음에, 누군가 자기의 다리를 잡고 있나 확인해보았다.
아무도 사슴의 다리를 잡고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토끼는 몰아쳐오는 통증에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어딘가에 분명 상처가 났는데, 두텁게 자라난 털 사이에선 도무지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토끼는 통증이 잠시 멈추자, 팔짝팔짝 뛰어갔다.
사슴과 토끼는 서로 몸을 맞댔다.
서로의 온기는, 사슴의 무거운 다리를 잠시 가볍게, 토끼의 아픈 가슴을 잠시 여며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이었고,
그들은 위로가 되어주는 잠시의 온기를 뒤로 하고 다시 전쟁터같은 숲 속으로 돌아가곤 했다.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서로였지만,
무엇이 자신의 발걸음을 느리게 하는지 모르는 사슴과,
원인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자신에 지쳐 떠나간 친구들을 떠올리는 토끼는,
그럼에도 온전히 서로의 아픔을 나누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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