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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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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노아. 2015. 8. 1. 03:03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바람은 제법 선선해서,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빗방울은 한 개도 떨어지지 않았건만,

공기가 눅눅히 무겁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니 마치 비가 오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오늘은 또 왜 잠이 안오나,

생각해보니, 

아 - 낮에 먹은 자스민차.

매번 쌀국수 집에 간 밤이면 이 고생을 해놓고서는,

학습능력이 없는 나는 갈 때마다 양껏 차를 마신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못해 

자리에 앉고 노트북을 열었다.

아주 희미하게 - 익숙한 냄새가 창문 턱을 넘어 들어온다.

아 - 나무 타는 냄새.

정말 오랜만에 맡는 장작 타는 냄새인데,

탁하게 향긋한 그 향이 점점 강해진다.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나무를 태우고 있는 모양이다.


나무 타는 냄새를 질리도록 맡았던 것은 캐나다에서였다.

내가 아직 중학교 때의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던 그 때.

인생에서 가장 충만한 기억 중 하나로 남은 공동체 생활에서의 그 때.

그 때는 참 많이도 나무를 베고, 패고, 쌓아서 태웠었다.

땀방울로 모았던 나무를 산처럼 쌓아놓고 불을 피울때면,

일대에 나무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쯤은 남의 살을 구우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무 타는 향기도 삼겹살의 그것만큼이나 향긋하게 느껴지는 건,

태우는 것을 사람이 참 원초적으로 좋아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말썽 피우느라 부모님 속을 바작바작 태워먹고,

손해 안보고 좀 살아보겠다고 머리 굴리다 스팀 오르고,

욕심을 버리질 못해 혼자 스트레스 받아서 위장벽을 홀랑 태워놓고,   

불나방 같은 연애가 남긴 상흔에 아직도 가끔 먹먹해 하면서도,

이 냄새가 싫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내일은 장작불에 감자나 구워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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