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

척도 본문

카테고리 없음

척도

노아. 2015. 7. 11. 00:36

감정 표현에 있어서 어려운 것은 아마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정도가 다르다는 것일 것이다.

1~10 척도에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100~100 척도에서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요즘 내가 참 감정표현을 안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

사실 감정표현을 안했다기보다도, 그 스케일이 매우 작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분이 나쁘면 나는 그냥 무표정해진다. 딱히 얼굴을 찌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정말로 놀라면 나는 빳빳하게 굳는다. 딱히 소리를 지르거나 "어머나 깜짝이야" 하고 옆사람에게 뛰어들지 않는다.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혼자 많은 것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표현'은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있는 것이므로.

같은 개그 프로를 봐도 혼자 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볼 때 사람들은 훨씬 많이 웃는다고 한다.

나 혼자 웃겨서 웃었는데, 내 옆에 아무도 없다면, 굳이 크게 웃을 필요가 없다.

침대 모서리에 엄지발가락을 부딪혔는데 아무리 아프다고 낑낑대도 들어줄 이가 없다면, 굳이 크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

나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나의 표현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경험이 있을 때, 사람은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나의 이야기와 나의 표현이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면, 표현을 하지 않는 쪽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감각마저 둔화된다고 한다.

오랜동안 감정에 대한 접촉이 없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같은 일차적인 감각들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때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치 말랑하고 바알간 아기의 혓바닥에 고춧가루를 비비는 것 같은 고통인데, 

감정을 오랜동안 차단한 사람은 마치 손바닥에 잡힌 굳은 살 같은 감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단련된 혓바닥은 매운 것도 잘 참아내지만, 그만큼 웬만한 자극이 아니면 제대로 맛을 느끼지도 못한다.

감정도 마찬가지. 느끼지 않으면 아플 일도 없지만, 감정으로 행복할 일도 없는 것이다.


느끼고, 자꾸 느끼고.

표현하고, 또 표현하고.

연습 밖에 답이 없다.


Comments